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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아홉걸음
나의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앉아있다 일어설 때면 언제나 에구구구구구구구구 소리를 내지요 나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요 에구구구 I love that sound 에구구구 I like that sound 에구구구 Wanna hear that sound 에구구구 Oh my god i love you - 요조, '에구구구' 노랫말 중에서 전날 무리한 탓인지 어깨, 허리, 다리가 무겁고 아팠다. 어림잡아 27km 정도 걸었던 것 같다. 한라산 백록담 코스 중 가장 길다는 성판악을 다녀왔을 때가 4만 걸음이었다. 어제 하루 백록담을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런던은 언덕 하나 없는 평지여서 걸을 때는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니 '에구구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두 발로 걸어 다닌..
만약에 당신이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묻는다면 난 아마도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있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야 저 기차가 떠나면 우리의 기억도 함께 싣고 가버릴 것만 같아 뚜빠뚜빠띠 내게서 멀어진 뚜빠뚜빠띠 찾으려 해 힘들겠지만 뚜빠뚜빠띠 만날수 있겠지 뚜빠뚜빠띠 언젠가는 - 델리스파이스, '뚜빠뚜빠띠' 노랫말 중에서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자. 힘들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영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물가가 높았다. 유럽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대부분 그랬다. 스위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데, 여행자들이 흔한 말로 ..
서울살이는 조금은 힘들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광화문 계단 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면 사람들 수만큼의 우주가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 오지은, ‘서울살이는’ 노랫말 중에서 런던살이는 어떨까? 런던은 높은 물가와 살인적인 집값으로 유명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도 손꼽히기도 한다. 또,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난 5월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인 사디크 칸(Sadiq Aman Khan)을 런던 시장으로 선출하는 역량을 보여준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브렉시트(Brexit)의 광풍 속에..
언제 만났었는지 이제는 헤어져야 하네 얼굴은 밝지만 우리 젖은 눈빛으로 애써 웃음 짓네 세월이 지나면 혹 우리 추억 잊혀질까봐 근심스런 얼굴로 서로 한 번 웃어보곤 이내 고개 숙이네 - 전람회, ‘졸업’ 노랫말 중에서 몰타를 떠나 영국 런던으로 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마지막 체크아웃을 하고 어학원으로 향했다. 겨우 두 달 지낸 곳이지만, 노란 집들과 색색의 몰타 발코니들이 눈에 밟힌다. 어학원 수업도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정들었던 베젤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했다. 가족처럼 지냈던 한국 친구들이 배웅을 해줬다. 여행은 언제나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지 않으면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없다. 마음 한쪽에서 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두 달을 지냈다. 내 주소가 생겨서 인터넷 쇼핑도 하고, 한국에서 소포도 받았다. 몰타에서는 정말 현지인처럼 지냈다. 무시무시한 몰타의 햇볕 때문에 생활뿐만 아니라 외모도 현지인처럼 되었다. 어학원에서 처음 만난 한국 학생들 누구도 나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오지 않았다. 어느새 햇볕이 내리쬐는 큰길을 피해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이어진 지름길을 찾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즉,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이다. 그토록 기대했던 북유럽 캠핑카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유럽에서 물가가 가장 저렴한 독일에서 캠핑카를 빌리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독일로 가기 전에 영국을 경유해야 했다. 이유는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