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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세계일주 1 :: 세계일주 배낭여행의 시작은 '설득하기' 본문
"당신이 자식을 너무 똑똑하게 키워서 남들처럼 안 살려고 하는거에요. 다 우리 잘못이지 뭐."
직장 생활 5년차. 멀쩡히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두 달이 지났다. 극구 반대하시던 어머니께서 푸념을 섞어 아버지 탓을 하신다.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힘들게 재수까지 시켜서 사범대학교를 보내고 다들 부러워하는 특목고 교사로 근무하던 아들이 사직을 하고 여행을 가겠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공무원 생활을 35년간 하시고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신 아버지의 삶과도 너무나 대조되어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여행 준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른 여섯의 아들이 남들처럼 정해진 절차대로 결혼을 하지 않고 여행을 선택한 이유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설득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여행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음에 품은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 글은 지금도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여러분들께 드리는 나의 답이다. 정답이 하나일 수는 없으니 참고자료 정도로 읽어주면 좋겠다.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여행을 떠나려 하는가'
부모님께서 질문하시기 전부터 이미 수도 없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내가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을 입학하고 교탁 앞에 서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꿈 같은 5년을 보냈다.
"선생님 꿈은 뭐에요?"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게 꿈이에요. 선생님은 됐는데 아직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있으면 언제나 '꿈', '장래희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나에게도 늘 했었고, 학교를 그만 둔 지금도 역시 나의 꿈은 변하지 않았다.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다.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구체적인 목표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좋은' 선생님은 아직 아니라는 것 뿐이었다.
'더 성장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삶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알려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지난 5년은 그러기에 나는 너무 좁고 편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학교 성적과 대학 입시 결과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말 그러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아이들과 똑같은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것과 다르지 않은 대학시절을 보냈고, 경쟁하고 또 경쟁해서 교사가 되었는데 '얘들아 사실 행복은 그런 곳에 있지 않아.' 라고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저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그 경쟁을 헤쳐나온 사람일 뿐이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
지금껏 철저하게 합리주의에 입각한 삶을 살아왔다. 직장을 버리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참으로 비합리적인 일이다. 직장 생활이 지옥 같이 힘들더라도 꾹 참으며 오늘을 살면 내일의 행복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오늘은 안 행복하지만 그로 인해 내일은 행복해 질 것이라고 믿고 참는 것이 내 삶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삶을 성실한 삶이라고 이야기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디며 사는 것이 과연 내 삶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일까? 항상 미래의 어떤 행복(대체로 이것은 돈이다)만을 바라보며 현재를 잊고 지내는 것이 성실한 삶일까? 돈은 결국 교환가치일 뿐이고 결국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은 행복인데 우리는 행복이 뭔지도 모르며 일단 교환가치만 쌓아놓으면 저절로 행복하게 된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삶은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그래서 당신의 삶도 그만큼 소중한 것인데 우리는 어쩌면 신기루 같은 행복을 쫒으며 서로에게 불안과 불행을 안겨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모님께'
어머니의 이야기는 며칠동안 계속 귓가를 맴돌며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어머니께 짧은 문자메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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