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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 일상이 특별해지는 마법

한성은 2014. 8. 14. 17:52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고 싶다.

누구나 음악을 좋아한다. 특별히 음악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나 음악을 좋아한다. 세티 프로젝트(외계지적생명탐사)에서도 음악은 중요한 언어이다. 아마 외계인들도 음악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나보다. 동물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코끼리가 바흐를 들으면 좋아한다는 걸 모 티비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식물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준다. 무기물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보면 뭐 물도 음악을 좋아하긴 하나보더라.

외국 사람 이름을 혹은 사람 이름 전체를 잘 못외운다. 아니 그냥 머리가 나쁘다. 남자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바로 어제 본 영화인데 말이다. 그리고 지금 쓰려는 내용은 '극장에서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소름 돋으며 본 영화인데 말이다. 진짜 털썩.

남자 주인공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음악을 들으면 일상이 특별해진다고. 학교 홍보 영상을 만들 때에도 항상 느낀다. BGM이 영상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글을 쓰고 싶어서 OST를 귀에 꽂고 있다.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들이 마지막으로 모여 주인에 대한 비난을 퍼붓는 지하철 역 같던 스타벅스 구석자리가 영롱하게 빛나고, 빌어먹을 냄새의 일본판 야채스프 같던 식어버린 아메리카노가 매력적인 맛으로 변한다. 그런게 음악이 아닐까. OST를 듣고 있는 지금 나는 아주 신났다.

음악 들으며 술 마시고 싶다.

소주를 들이키며 계피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데낄라 한 잔에 글렌 체크 한 곡씩 듣다가 만취하면 춤을 추고, 이제 더 이상 못 마시겠다 싶을 때 와인을 홀짝거리며 낮은 조명 아래서 밥 말리와 로린 힐이 부르는 Turn your light down low를 듣고 싶다.

일상이 지독하게 일상적이고 당신이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벽도 당신을 무시하여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지금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서 비긴 어게인을 보라. 그리고 특별해진 그 밤에 음악 들으며 술 마셔라. 물론 내일은 또 일상이 시작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