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아홉걸음
퍼펙트 월드 :: 내가 지켜줄게 본문
1993년에 개봉한 페퍽트 월드를 오랜만에 다시 본다. 케빈 코스트너의 한 쪽 눈썹만 찡긋 올리는 표정이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거울 보고 연습도 참 많이 했는데 잘 안된다. 츤데레 헤인즈(케빈 코스트너)의 묘한 따뜻함이 십년 만에 다시 보는 동안에도 내내 커다란 모니터를 에워 쌌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 주고 싶은 영웅들의 대서사
1. 좋은 엄마는 종교적 신념으로 아이를 지킨다. 세상에는 할로윈 유령, 솜사탕, 놀이공원 등 어린 아들을 유혹하는 악마들이 너무나 많다.
2. 마음씨 따뜻한 경찰관은 직업적 신념으로 아이를 지킨다. 저 소년이 결손가정에서 성장하는 것보다는 소년원에서 자라는 것이 보다 바른 선택이다.
3. 츤데레 멋진 아저씨는 자신의 신념으로 아이를 지킨다. 아이를 괴롭히는 못된 어른들이 있다면 총으로 죽여버리거나 흠씬 두들겨 패야한다.
나는 교사다
직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부를 가르치고 인생을 가르치고 가치관을 가르치고 세상을 가르치고 인터넷도 가르친다.
내가 바라는대로 가르친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니까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가 없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교사를 처음 꿈꾸었던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시작된다.
'도대체 왜 너는 나에게 이것을 강요하는가?' 라는 16짜리의 질문은 물론 입 밖으로 나온 적 없이 자기 검열로 인하여 폐기되었다.
평생을 꿈꿔왔고,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 다만 내가 교육자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폭력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희망이다
사랑하는 타인에 대한 욕망과 억압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기에 앞서, 그래도 서로 참견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옥신각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지나친 애정과 집착에 대한 경계를 논하던 90년대가 지나가니 밀폐된 개인들의 세계가 왔다. 영화 퍼펙트 월드의 담론이 2015년 끝자락의 우리들에게는 잊혀진 왕국의 전설처럼 들린다. '응답하라 1988' 보러 가야겠다. 아, 우리 집에는 TV가 없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집에 신이 산다 :: 신은 합리주의의 저주를 주었다. 그러나. (0) | 2016.03.04 |
---|---|
귀향 :: 한 사람의 삶은 온 우주만큼 소중하다. (0) | 2016.03.02 |
비긴 어게인 :: 일상이 특별해지는 마법 (0) | 2014.08.14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2시간 동안 신나게 해 줄게 (0) | 2014.08.14 |
해적 :: 배는 산으로 간다 (0) | 2014.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