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아홉걸음

공부 '잘' 하는 방법 본문

일상

공부 '잘' 하는 방법

한성은 2016. 2. 19. 03:37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왜 배우는지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학습은 노동이 된다. 학습의 결과가 배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그것이 물질적 풍요를 보장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학습이 배움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다면 학습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가 될 것이다. 노동과 놀이에 관한 고찰은 많은 학자들이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했다. 노동이 곧 놀이가 되고, 놀이가 곧 노동이 된다면 우리 삶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해야 한다. 노동을 할 것인가. 놀이를 할 것인가. 행위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왜?'에 대한 대답이 없다면 공부하는 것이 싫을 테고 그러면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다. 분명히 대부분은 '저렇게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서' 라는 이유가 나올 거다. 그리고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 당연히' 라고 할테고.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어쨌든 노동자 마인드라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노동으로써의 공부는 시키지만 놀이로써의 공부는 잘 안 시킨다. 아니. 멋진 말인 건 알겠는데 못 시킨다. 허세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못한다. 국어 선생님이 꿈이라면 무엇보다 수학 성적이 중요하다는 소리나 하는 게 나다. 학교 체제를 수호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끄럽다. 수업이 노동이 아닌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다니는 직장의 특성상 수업은 노동이다. 나는 학교에 돈 벌러 다닌다. 아닌 척하고 싶은데 교장 선생님이 자주 깨닫게 해주시고, 가진 돈이 없으므로 내일 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책을 읽고 인터넷에 글을 쓰기 위해 학교에 간다. 꿈이 크고 창의적인 백 명의 학생보다는 국영수를 잘하고 수능에서 고득점을 맞아 학교 설립 이래 최초로 정시로 서울대에 입학하는 한 명의 학생이 나와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노동 안정성이 보장된다. 왜 흑백논리냐 라고 비판한다면… 맞다. 다 잘하면 되지. 무능의 변명이다. 

최근에 혹은 어릴때부터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냥 관심만. 그런데 동생이 관련 학문을 공부하면서 덩달아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의 공부라는 것이 겨우 동생이 쓴 석사 논문 내용을 듣고 이해하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그 지식들이 모두 다 있어야 내가 지금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이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만 예로 들면 이런거다. 닐스 보어가 원자핵 주위를 궤도운동 하는 전자를 그렸을 때 하이젠베르크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양자역학의 세계에 대하여 코펜하겐 해석으로 풀어낸다. 그때 하이젠베르크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던 첫 시작이 ‘행렬수학’ 이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바로 그것.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정확하게는 두 번째 수능 시험에서 행렬 문제가 출제되었고, 그것을 맞춘 이후로 행렬은 내 삶과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이었다. 당연히. 그런데 양자역학을 구경하다가 행렬이 나왔다. 집에 있는 수학의 바이블 (이런게 왜 집에 있는걸까)을 펼쳐서 행렬 부분을 다시 봤다. 그리고 유제도 풀었다. 그때 알았다. 난 지금 놀고 있는 거였다.

공부가 배움이 되고 배움이 놀이가 되고 그것이 노동으로 발전하고 그 결과 더 많은 다양한 가능성(보통은 ‘돈’이라고 한다)을 얻게 된다면 학생들이 지금처럼 고통 속에서 지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는 데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어야 하냐고 반론할 수 있겠다. 나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제기한 그 반론 속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 = 1등 1등급 1% ‘ 라는 상대적 우등생의 가치관이 이미 너무 고착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되려 면박을 주고 싶다. 공부를 잘 해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려면 똑똑해야한다. 불교에서는 무지한 것이 가장 큰 죄라고 하였다. 공부해야한다. 그리고 안다는 것은 참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동의하기도 어렵고 믿기도 힘들겠지만.



학교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교사인 내가 그걸 했으면 좋겠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부끄럽지만 지금 나는 그렇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조차도 모르겠지만, 수학책을 펼쳐서 행렬을 풀면서 주말을 보내지만 지금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이 느낌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다.